아 싼티아고 길

허 진 부목사
허 진 부목사 509
저는 지난 한 주 동안 스페인에 있는 싼티아고 길을 걸었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예수님의 제자 중 가장 먼저 순교당한 야고보 사도가 죽기 전 스페인에 와서 전도를 했다고 합니다. 그 후 그의 유해가 싼티아고라는 도시에서 발견되면서 9세기 교황이 이 도시를 성지로 지정하고 많은 신자들이 순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도 매년 3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싼티아고 길을 걷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800Km의 French Way중 120Km의 길을 매일 25Km정도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대화 가운데 친밀한 관계를 갖고 싶었고 같이 걷는 사람들에게 전도도 하고 싶었습니다. 너무 풍족한 가운데 살아가는 나 자신의 모습에서 무언가 힘들게 주님을 찾아가는 순례가 필요치 않은가 또 제 신앙이 야성을 잃은 동물원의 사자처럼 경건의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닌가 반성하며 수도원적 영성을 회복하고 싶었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순례의 길을 걸어가며 과연 올바른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가 질문하고 예수님이라는 해답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인적이 없는 숲속길을 혼자 걸어가며 주님의 임재를 느꼈고 같이 걸어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삶에 길이신 예수님을 소개했습니다. 복음을 전할 때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한 사람도 있었고 심각하게 고려해 보겠다는 사람도 많아 너무 감사했습니다.
여행 중 허리가 많이 아파서 배낭을 다음 숙소까지 전달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배낭을 정리하며 이 배낭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짐을 싸고 꼭 가져가야할 것만 제가 지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게 꼭 필요한 것은 몇 가지 안 되었습니다. ‘그렇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다. 사실 꼭 필요한 것은 얼마 안 되는데 왜 그렇게 쌓아놓고 사는지..’ 하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바로 ‘배낭의 무게가 인생의 무게’ 라 생각하며 앞으로는 좀더 simple life를 살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배낭 없이 길을 걷다보니 뭔가 허전했습니다. 이제까지 늘 등 뒤에 있던 배낭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자 갑자기 저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힘들어도 순례길은 배낭을 메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삶의 무게가 무겁게만 느껴지지만 그래도 그 무게가 내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쁨으로 주님 주신 십자가를 메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어찌되었든 일주일간의 순례길이 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시간이었고 시간이 되면 매년 찾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아름다운 여행이었습니다.